작성일
2003.03.04
수정일
2003.03.04
작성자
Prof.
조회수
890

한라산 왕관릉

제주의 숨겨진 비경을 찾아서 > 왕관릉  

관음사 등반로인 삼각봉 앞에서 본 왕관릉. 한겨울 눈쌓인 모습이나 해질 무렵 보는 모습이 웅장하기 그지 없다.
등산로 관음사코스 마지막 고비에 왕관처럼 위용 펼치는 바윗 덩어리...

12월이 되면 지난 9개원동안 통제됐던 한라산 백록담이 개방돼 정상 등반이 허용된다. 겨울철 적설기에는 등반객의 발길에 의한 훼손이 덜하다고 하여 겨울철에만 정상을 개방하는 것이다.
등반거리가 8.7km로 왕복 10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관음사 코스는 1800년대부터 즐겨 이용되던 유래깊은 등산로이다. 1841년 이원조목사가 방선문 동쪽마을인 죽성촌에서 출발하여 백록담 북벽으로 정상에 오른후 하산은 남벽을 이용 선작지왓을 지나 영실로 내린 것을 시작으로 최익현이 이 코스를 이용했다.
일제시대인 1937년 한라산에 오른 이은상은 산천단을 출발점으로 삼는데 관음사 한천 개미목 삼각봉 용진각 지나는 오늘날의 관음사 코스를 이용한다.

관음사코스를 이용하여 등반에 나서면 해송으로 덮인 등산로를 따라 개미목까지 기쁜 숨을 몰아쉬면 오르게 되는데 시야가 탁트인 기미목에 서면 웅장한 바위가 등반객을 앞도하는데 눈앞에 삼각봉이, 그리고 계곡 넘어 정상부에 왕관릉이 펼쳐진다.
오름의 순수한 높이를 표현하는 용어인 비고가 150m인 왕관릉은 둘레가 822m로 그리 넓지는 않지만 도내 대부분의 오름의 비고가 100m 내외임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오름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아래에 탐라계곡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만큼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파른 탐라계곡의 사면을 올라 왕관릉에 서면 넓지 않은 면적에 바윗덩어리가 약간 있는 모습에 다소 실망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보다는 탐라계곡 건너인 장구목능선에서 해질 무렵 보아야 붉게 물든 영락없는 왕관모양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맑은날 제주시내에서 백록담을 보면 좌우로 웅장한 산체가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동쪽이 왕관릉이고 서쪽은 장구목이다. 특히 겨울철 눈이 덮였을 때 깊은 탐라계곡과 대비되어 보이는 왕관릉의 모습은 웅장하다는 표현외에 달리 할 말이 없게 된다.
왕관릉의 생성은 백록담에서 분출하던 용암이 계속된 분출로 출구가 차츰 굳어지면서 약한 지대의 지층을 따라 흐르다가 마침내 그 힘이 약화되어 굳어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윤성효 교수(부산대)는 백록담 분화구의 지구조라는 논문에서 "한라산(백록담) 조면암이 정상부에서 관음사 등산로를 따라 분포하고 있는데 흐르던 용암층이 멈추어 나타난 것이 왕관릉"이라 말하고 있다.
강순석 박사(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의하면 "왕관릉과 장구목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이곳은 모두가 조면암질 용암류인 한라산 조면암으로 연대측정 결과 약 16만년전에 분출한 용암"이라고 말한다. 백록담 분화구의 서쪽 화구벽을 형성하고 있는 조면암 수직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왕관릉에 서면 동쪽으로 수많은 오름군락이제일 먼저 반긴다. 동쪽 바로 앞으로 울장올의 웅장한 모습과 주변 태역장올, 살쏜장올, 불칸디오름이, 성판악 방면으로는 돌오름과 흙붉은오름, 그리고 사라오름, 성널오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바닥에는 시로미와 한라산특산인 제주조릿대 등이 자라고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면 구상나무의 진한 향기에 취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왕관릉에서 정상까지는 평균 27도의 경사가 계속되는데 대략 1시간가량 소요된다. 관음사코스의 마지막 고비가 되는 지점이 왕관릉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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